정체성과 소명
ㅡ. 정체성과 소명. 모새골 공동체. 메모.
1. 우리는 평생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가고, 그 신비 속으로 깊이 자라가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생의 여정에서 '자기 소명'을 찾는 동시에 '사랑받는 사람'임을 깨달아 가야 합니다.
2.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잘한 일이 있고 자랑거리가 있을 때만 당당해집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사람은 자신의 곤궁과 필요까지도 거리낌없이 내보입니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늘 자기를 증명하려고 합니다. 자기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 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를 증명하는 일은 결국,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피곤하게 합니다. 사랑의 위로를 모르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늘 허기집니다. 자기 증명, 욕심, 걱정, 의무, 두려움은 만족을 모르는 블랙홀과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평강과 안식을 모르고 살아가게 됩니다.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노력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을 더 많이 해결하면, 더 행복해지고 평온한 삶이 오리라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빈번이 자기를 증명하고자 뼈아픈 노력을 기울이는 삶은 허기만 더합니다. 독일의 바이올린 장인 마틴 슐레스케의 말을 빌리면 "만족을 모르는 공허감은 탐욕스러운 지방 세포를 키워 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오직 사랑받는 사람만이 마음의 안식을 누리를 수 있습니다. 사랑받는 사람만이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3.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 이라고 우리의 정체성을 명명했습니다. 소금과 빛은 그 자체로 고유한 본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본질에는 자신의 역할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본질에 숨겨있는 역할에서 정체성이 드러나고, 정체성에서 역할이 발휘됩니다. 우리의 삶도 사랑받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과, 이루어야 할 소명이 상호 작용하는 데서 생이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체성은 소명의 강을 건너야 하고, 우리의 소명은 정체성 안에 정박해야 합니다. 정체성과 소명 중 하나를 잃어버릴 때, 우리의 인생은 침몰하거나 영구히 한 곳에 머무를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 밑바닥 한가운데는, 배의 앞부분에서 뒷부분까지 선체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길고 큰 목재가 있습니다. 그것을 '용골'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있어야 배가 풍랑을 만났을 때 균형을 잃지 않고, 침몰하지 않게 됩니다. 자기 정체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적 무게가 없어 침몰하게 됩니다. 한편 자기 소명, 즉 세상에서 해야 하는 일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돛을 달지 않는 배가 마찬가지입니다.
4. 자기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그는 일상에서 자기 일의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 보이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람이 정체성이 없을 때 완벽한 연주로써 자기를 나타내 보이려고 합니다. 그러한 동기의 연주는 그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줍니다. 그리고 작은 실수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될 때, 자신이 소유한 재능을 하나님의선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될 때, 그는 자신의 연주가 완벽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완벽한 연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분은 연주자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위해 살아가도록 부르고 계십니다. 지혜로운 연주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완벽한 연주에 생의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일에 목적을 둡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사랑은 건강하고 평안할 때에만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그분은 고난과 역경 가운데 더 큰 사랑으로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고난과 역경을 블랙홀이 아닌 승리로 내딛는 디딤돌이 되게 합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라는 사실을 확신하는 사람은, 실수를 하더라도 부끄러워하거나 낙심하거나 변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이렇게 진솔하게 고백할 뿐입니다 "하나님, 저는 이렇게 부족하고 못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저를 지켜주지 않으면, 저는 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수에 깊이 빠져들거나 얽매이지 않고, 다시 하나님의 부르심 가운데서 일상의 삶을 시작합니다. 그 사랑을 받아이고, 그 사랑과 함께하는 사람의 삶을 실수와 잘못이 어그러뜨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우리을 겸손하게 만들어 가기에, 하나님을 더욱 깊이 의지하는 사람이 됩니다.
5. '하나님의 사랑을 입은자'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해 가기 위해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대신, 일상에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의 사랑을 위해 하는 훈련을 부단히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크고 위대하냐를 묻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그 일을 사랑으로 하느냐고 물으십니다. 우리의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수고를 기울 일 때, 우리의 노력이 도중에 실패로 끝나지 않을지 의심하지 맙시다.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믿음으로 꾸준히 수고해 나갈 때, 좋은 열매가 맺어짐을 신뢰하며 나아갑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자 하나님의 손에 들린 악기이고, 연주자이신 하나님은 우리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사랑으로 길들여 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