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 종교적 경험에 대하여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마음 상태가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책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종교적 감정’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적인 것과의 만남에서 생긴 감정과 상태를 문제 삼는다. 이를테면, 우리가 소위 ‘신비체험’이라고 말하는 경험은 때로는 광기어린 형태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환상을 보는 자나 병적인 거룩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종교적 천재’들의 괴팍스러움, 정신이상적 기질, 병적 충동과 강제적 관념, 강박증과 망상처럼 여겨지는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은 학문적 세계에서 불가해한 영역으로서 ‘신비’로 마냥 치워두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합리적 설명의 영역으로서 ‘질환’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저자는 이를 문제 삼는다. “정말 종교적 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단순히 인간 신념과 구별된 어떤 초월적 감수성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석되어져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단순히 치부한 ‘저 광기어린 종교적 감수성’은 왜 연구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종교적 천재들의 경험을 단순히 인간의 생물학적 혹은 기질적 특성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바울이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본 환상을 ‘후두골피질’의 장애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성 테레사를 ‘히스테리 환자’로, 그리고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유전적 퇴행성 환자’로, 자기가 살던 시대의 거짓에 불만을 느껴 영적 진리를 갈망했던 조지 폭스르 ‘결장 질환자’로, 그리고 비참할 정도로 변화되어 버린 칼라일의 목소리를 ‘위십지장의 카타르성 증세’로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과다긴장의 모든 상태들은 생리학적 연구로볼 때, 여러 가지 내분비선의 왜곡된 작용 때문에 생겨나는 특이체질적 문제, 아마도 자가중독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제발 문제를 공정하게 보고, 우리 자신과 사실들에 대해 솔직해 보자고. 우리가 다른 상태보다 월등히 뛰어난 정신상태를 생각할 때, 그렇게 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행하는 신체기관들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그러했던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언제나 전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그런 상태에서 어떤 직접적인 기쁨을 얻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것들이 삶에 매우 유익하고 중대한 열매들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열병에 걸린 듯한 환상’을 헐 뜯을 때, 그와 같은 열병-과정이 우리가 마냥 경멸한 근거는 확실히 아닌 것이다.

 

이제 막 3장을 집어드는 이시점. 저자의 용기있는 발언에 소름이 돋는다. 저자는 그동안 종교적 경험에 대해 비겁하게 도망치는 온갖 행태들에 대해 학자로서 비겁하지 않았느냐고 직설을 하기 때문이다. 종교를, 초월을 말하는 자들이, 왜 공정하지 못한 기준 속(오직 즉각적 명료성, 철학적 합리성, 도덕적 유용성의 기준으로 현상을 판단하는 것)에서 그렇지 않는 상태를 단순히 얼마나 균형을 잃어 히스테리했는지, 신경질적이었지를 질문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결단코 ‘종교학’자로서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 정작 그들의 ‘종교적 감정’은 외부적 세상이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때조차 그들의 내면적 세계를 회복시켜 활기를 불어넣고 있던 실재였는데 말이다.

 

저자는 이제 개별적 인간들이 ‘신적인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든지 간에 그것을 좀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종교체험적 인간들이 이해하고 있는 그들의 감정, 행위 그리고 경험의 의미”를 라고 명명한 뒤 종교현상학적인 탐구를 감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신학이나 교회주의가 아니라 ‘개인적 종교의 시작’에서 감정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모든 교회의 설립자들은 신과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영적 교섭을 했다는 사실로 인해, 즉 그것에 기인해 근본적인 힘(동력)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나가고 있는 지금, 한편으로 왜 이제야 이러한 책을 보았는지 후회가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이러한 연구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는 이따끔식 우리가 경험하지 않는 세계를 터부시 한다. 또한 이론을 세우는 사람은 항상 그 자료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종교적 경험은 실재인가? 거짓인가? 그것은 망상인가? 환상인가? 그들의 고백은 진실인가? 사기인가? 우리가 경험하는 온갖 경험들은 무엇으로 식별하는가? 단순히 영적인 카리스마있는 지도자들의 몫인가? 아니면 우리의 ‘인간의 본성’에 어떤 보편적인 ‘종교적 감수성’을 이해할 여지가 있는가?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그것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종교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타당한 현상들의 역사가 있다고. 그것이 이제껏 “종교적인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마음 상태가 였다.”고 말한다. 합리와 비합리의 난제 속에서 정직한 연구서를 발견하기 어려운 참에 참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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