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3

나의 고향은 폐항이다.

폐항은 너무 가난하여서, 줄 수 있는 것이 노을 밖에 없다.

 

슬픔이 밀려와 속절없이 울었다. 우연찮게 봤던 영화 속 '노을'이란 시처럼 '노을'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슬픔을 간직한 이에겐 그을린 아픔이 이글거리며 베여나오는 역설을 지닌다. 최근의 나의 삶과 하루는 폐항위에 떠오르는 노을과 같았다. 오랫동안 힘들었기에 잘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연속적으로 무너졌었고, 괜찮은 척 사는 내 삶이 모순적인 상태 사이로 삐져나오고 자연스럽게 새어나갔다. 그토록 고대했던 사랑도, 마음을 다잡으며 추구했던 목표도, 오랫동안 기다리고 참아주던 관계도, 다 떠나가고 그 모든 것이 헝클어져 버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반복되어 올라오는 '후회'를 한줌의 숨결로 훌훌 날려버려야 한다는 다소 소극적이지만 입을 악물고 버텨내는 결단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계속적으로 발견되는 나의 완고함과 무정함이다. 나는 변화를 너무나도 고대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이면에 어떤 뿌리깊은 응어리가 이미 나를 점령하고 있었다. 나는 오랜동안 그 무질서의 용광로를 사랑했으며, 그 속에 묶여 있었고, 그러다 못해 이젠 덕지덕지 늘러 붙여진 상태에 이르러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모두가 힘들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나를 지켜보는 사람도, 나를 사랑했던 사람도, 나를 안타까워 했던 사람도, 그리고 당사자인 나 자신도..  

 

다시 새로워 질 수 있을까? 오늘 밤, 나보다 나에게 가까이 계신다는 주님께 물어보았다. 주님, 다시 새로워 질 수 있을까요? 저의 완고하고, 무정한 마음의 구속을 위해 오늘도 제 자신을 기다리고 계셨던 건가요?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그래도 눈물이 난다니 다행입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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