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그리스도

#. 역사적 그리스도..

본회퍼는 그리스도론에서 ‘역사적 그리스도’라는 독특한 표현을 쓴다. ‘역사적’ 예수도 아니고, 신앙의 ‘그리스도’도 아닌 ‘역사적 그리스도’, 그것은 그가 그리스도를 역사적 영향력으로 보거나, 반대로 초역사적 그리스도상으로 보려는 모든 견해들에 대한 거부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견해들은 필경 그리스도를 비인격적인 ‘힘’이나 ‘인품’따위로 파악하려 들기 때문이다.

본회퍼에게 그리스도는 ‘인격’ 안에서 나타난다. 다시말해 그리스도는 결코 우리의 사고의 대상으로 파악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부적절한 사고형태 속에서(누구물음이 아닌 어떻게 물음) 그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본회퍼는『그리스도론』에서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물음이 던져지는 곳에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자기자신’이 관여되어 있음을 일깨운다. 역질문 속에서 ‘자기자신’의 한계를 꼬집어 지는 것이다. 즉, 인간의 한계의 끝에서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그 이면에는 “그러는 너는 누구인가”라는 역질문을 받는 사람의 실존이 있기 마련이다. 이 순간을 본회퍼는 “인간이 예수를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인간을 끝장내는 순간”이라고 명명했다. 그때야 비로서 그분은 내 실존의 한계로서, 그러나 나에 의해 다시 발견된 중심으로 등장하신다. 즉 한계인 동시에 중심으로 자리하신 그리스도가 현재하는 그리스도로 나타나시는 것이다. (현재하는 그리스도. 본회퍼가 지속적으로 인격과 연관하여 주장하는 강조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론의 물음이 여전이 우리의 로고스의 물음의 형태로 남는 한, 그 물음은 “어떻게-물음”의 모호성 속에서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다. 그에게 있어, 그리스도론의 물음은 오직 신앙의 행위 속에서만 비로소 학문으로서 “누구-물음”을 제기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본회퍼는 여느 학자들의 논의와는 대조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리스도론을 전개해 나간다. 그가 주장하는 긍정적 그리스도론의 핵심은 신성과 인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이 인간된 자의 실존양식이다. 인격 안에 숨겨진 그리스도의 낮아짐이다. 우리는 여기서 왜 본회퍼가 ‘성육신교리’와 ‘낮아짐의 교리’는 근본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그 이유를 잠시나마 힐끔 엿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인간된 하나님, 육신의 형태를 입고 저주의 한 가운데서 죄인이 되신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걸림돌이 우리에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신앙’행위의 엇갈림이 있다. 우리는 이 인간됨의 현실 속에서 놓인 나사렛 예수를 보며, 어떠한 근거로 예수의 무죄성를 증명할 것인가? 만일 ‘걸림돌’과 ‘신앙’이 인간의 사고행위에 의해 금방이라도 해소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적 그리스도’를 오독하는 일로 다시 환원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분을 비인격화하는 무신적인 행동이 될 것이다. 고로 본회퍼의 그리스도론은 철저히 인격적 관계안에서 대답되고, 말해질 수 있다.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