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2. 17:01

스탠리하우어워스, 불편함

스탠리 하우어워스, 그를 향한 나의 양가감정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애끊는 마음으로 폭풍공감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허망한 좌절을 느낀다. 이는 흔히 그를 둘러싸고 돌고 도는 “너무 좋은 이야기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라는 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말하고자 하는 논지가 뭔가 한국교회라는 맥락과 마주했을 때, 각도가 틀어지며 달라지는데 있다. 날카롭게 비수를 꽂는게 아니라 슬로건만 남아 허공을 휘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최근 스탠리 하우어워스를 해설하고, 소개하는 책 두 권을 읽었다. 한권은 이고, 다른 한권은 다. 두 책은 그동안 수많은 하우어워스의 책이 쏟아져 내려왔지만, 이를 해설하고 소개하는 책이 좀처럼 소개되지 않은 점을 연결하려는 측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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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만 하면 천국가는거 아니였어?

#. 믿기만 하면 천국가는거 아니였어? 2003년 12월 22일, 승합차 운전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커다란 물체를 한강 다리 아래로 내던졌다. 잠시 뒤 또 하나의 물체를 강에 던졌다. 처음에는 확실치 않았지만 두번째는 분명 사람을 던지는 것 같았다... 사건의 결과, 놀랍게도 그 사람(이씨)은 승합차 운전자의 두 자녀였다.. 이씨는 현장검증을 할때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기자 :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이씨 : 괴롭습니다. 살방법이 없어 그랬습니다.. 기자 : 왜 같이 안 죽었나요? 이씨 : 기독교인이라 자살은 못했습니다. 기자 : 기독교인이 죽이는것은 괜찮습니까? 이씨 : 죄(살인)는 씻을수 있습니다. 자살은 씻을수 없습니다. 기자 : 뭐, 뭐라구요..? 이씨의 논리는 무엇인가.. 회개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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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6. 23:59

개신교의 본질

우연찮은 계기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빨려들어가듯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 얄팍하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깊이는 있되 교양의 선에서 잘 끊어주며 쓰여진 이책은 마치 예의를 갖춰 잘 차려진 식탁위에서 음식을 대접받은 느낌마저 들었다.(물론 맛도 좋았다. 오 그렇군! 내용적 본질에 대한 감탄과 함께!)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과연 그런가? 정말 가톨릭의 매력과 한계가 이 서술 그대로인가? 개신교의 본질이라는 그 어떤 인간적인 도움이나 제도, 매개없이 양심을 일깨우고 하나님으로부터 다시 태어나게 하는 그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게 맞나? 우리의 문화는 그러한가? 목회자를 의존하는 한국개신교는 제사장직의 몰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목회자는 스스로의 직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아니 어쩌면 더 급집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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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1. 23:47

『토마스머튼 이야기』 서평

#. 되고 있는 를 넘어서 - 『토마스머튼 이야기』 서평 우, 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유명한 노랫말처럼, 여기 익숙하지만 너무나도 낯선 한 인물이 있다. 바로 토마스 머튼이란 인물이다. 그를 둘러싼 풍문은 다양한지만, 대표적 호칭을 나열하자면 은둔하는 수도자, 문필가, 활동하는 예언자로서 봉쇄수도원에서 글을 쓰지만,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던 비범한 인물로 그려져 왔다. 무엇이 그를 비범하게 만들었을까. 풍문의 기원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그의 전기에 쏟아진 찬사를 보면, 더욱 그의 삶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의 전기를 다룬 저서 『칠층산』은 내셔널 리뷰가 뽑은 20세기 최상의 논픽션 100권에 선정되었고, 월리엄 피터슨이 주도했던 20세기를 바꾼 100권의 그리스도교 서적에 포함되었다. 풀턴 쉰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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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8. 23:11

피터 맘슨 <부서진 사람>(바람이 불어오는 곳)

#. 당신의 부서진 자리에서 세워질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 피터 맘슨 (바람이 불어오는 곳) 유명한 공동체의 창립자 이야기가 ‘전기’로 쓰여져야 한다면 어떻게 서술되어야 할까? 우리는 흔히 ‘전기’라고 하면 역사 속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저명한 인물이나 영웅, 천재, 악당 등 한 분야의 범상치 않는 행적을 기록하기 위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책, 은 이러한 우리의 예상을 빗겨나간다. 한 예로,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영향을 미친 사람은 몇몇이 되지 못한다. 이토록 평범하고 무명에 가까운 사람에 관해 글을 쓰는 건 처음부터 전기의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럼, 왜 무엇 때문에 저자는 글을 쓰는가. 저자의 당위는 “적어도 자신이 목격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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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8. 23:09

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 (서평)

#. 근원을 품고, 다시 세상 속으로 (서평) “저는 썩은 개고기를 먹은 집안의 자식입니다” 돌이켜 보면, 내 삶의 비극은 이 고백 속에 숨겨져있다.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추억하고 싶은 순수하고, 장난끼 많고, 사랑받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개척교회 목회를 선포하시면서 내 삶은 많은 풍경의 변화를 겪어야 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온 동네 친구들을 불러모아 놓고 3층짜리 생일케익에 꽂힌 초를 불곤 했던 나의 유년시절은 아버지의 선포 이후에 전혀 다른 삶의 배열 속으로 영문없고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야했다. 15층 고층아파트에 살던 나는 그 이후 10층짜리 아파트로, 5층짜리 빌라로, 2층에 속한 원룸으로, 반 지하로, 끝내는 끔찍했던 컨테이너 박스로 나를 옮겨놓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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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9. 01:46

교회는 예배당인가? 인격공동체인가?

#. 교회는 예배당인가? 인격공동체인가? - 브룬너, 를 읽고나서 우리는 흔히 '교회'라는 말을 들을 때, 건물로서의 교회에서 펼쳐지는 '예배당'를 떠올린곤 한다. 실제로 성가대의 찬양소리와 성만찬과 세례가 시행되는 거룩한 장소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조금 시야를 넓혀 생각해 보아도 그리스도교의 교회들(그리스정교회, 로마카톨릭, 성공회, 개신교)은 모두 '건물로서의 교회'와 '거룩한 성례전'이 시행되는 '장소'가 곧 교회라고 생각하는데 그다지 어려움을 격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하지만, 브루너는 라는 책에서 이러한 '건물과 전례로서의 제도화된 교회'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교회개념만큼 교회를 오해하게 하는 단어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실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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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8. 19:01

진리와 방법을 읽고나서

#. 진리 vs 방법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서 읽었다. 제목만 두고 보았을 때 혹자는 "진리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혹자는 어떤 특정 종교에서 말하는 '궁극적 진리'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깐. 오해를 줄이기 위해 결론부터 미리 앞질러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은 앞서 말한 그런 "진리에 이르는 방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방법으로는 결단코 이를 수 없는 진리사건"을 철학적 '인식론'에 범주에 터해 비판하는 책에 가깝다. 철학의 탐구는 신학적 탐구와 달린 '신'을 상정하기 보다 '보편'을 상정하고 있다는게 타당할 것이다. 만일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구별없이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모두 동의할 만한 진리, 즉 엄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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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4. 16:44

#.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를 읽고나서

#.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를 읽고나서 ‘종교적 체험’이 없는 ‘종교’가 가능한가. 인류 역사상 다양하게 펼쳐진 ‘종교적 현상’은 논란의 아이콘(때로는 극단적, 때로는 현학적)이기도 했지만, 종교적 경험의 증언은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종교적 본질 중 하나이다. 우리는 때때로 회심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의 놀라운 간증을 듣고, 더 나아가 환상과 꿈을 통해서 하나님을 직접 대면했거나 천국과 지옥을 다나왔다는 증언을 의심어린 눈빛으로 흘겨 듣는다. 심지어 이러한 ‘신비체험’은 종교적 창시자나 영적 구도자의 모습에 이르러 때때로 광기어린 형태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환상을 보는자나 병적인 거룩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소위 ‘종교적 천재’들이 보이는 괴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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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3. 00:29

#. 신에게 솔직히

은어중에 '솔까말'이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라는 말의 약자인 이말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친구에게, 동료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할 때 쓰이곤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존 로빈슨의 와 짝을 이뤄 읽어본 길희성의 라는 두 책은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솔직히 까놓고 한 목사(감독)와 한 교수가 자신의 신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추적하는 솔까말은 '위에'계신 내지는 '밖에' 계신 하나님이라고 일컬어지는 전통적인 신관에 대한 의심이다. 이들은 자신의 서술이 누군가에게는 이교도적일지언정, 자신의 정직성을 유지하려면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신학적 문제들에 대한 일종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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